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좋은글방

밤 늦은 시간에 아내의 만찬

by 손주사랑 2022. 3. 6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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살기 힘드신분 아랫글 읽어 보세요  마음이 뭉클해서 옮겨왔 습니다.

아내의 만찬

​오늘도 일자리에 대한 기대를 안고 새벽부터 인력시장에는

수많은 사람들이 모여들었습니다.

경기침체로 인해 공사장 일을 못한지 벌써 넉 달.

인력시장에 모였던 사람들은 가랑비 속을 서성거리다

쓴 기침 같은 절망을 안고 뿔뿔이 흩어졌습니다.

​아내는 지난달부터 시내에 있는 큰 음식점으로 일을 다니며

저 대신 힘겹게 가계를 꾸려 나가고 있었습니다.

어린 자식들과 함께한 초라한 밥상 앞에서

죄스러운 한숨을 내뱉었고 그런 자신이 싫어서 거울을 보지 않았습니다.

​전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고 오후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.

목이 긴 작업 신발에 발을 밀어 넣으며

빠져 나올 수 없는 어둠을 생각했습니다.

혹시라도 집주인 아주머니를 만날까 봐 발소리조차 낼 수 없었습니다.

벌써 여러 달째 밀려 있는 집세를 생각하면

어느새 고개 숙인 난쟁이가 되어 버립니다.

​저녁 즈음에 오랜 친구를 만나 일자리를 부탁했습니다.

친구는 일자리 대신 삼겹살에 소주를 샀습니다.


술에 취해, 고달픈 삶에 취해 산동네 언덕길을 오를 때

야윈 나의 얼굴 위로 떨어지던 무수한 별들..

집 앞 골목을 들어서니

귀여운 딸아이가 나에게 달려와 안겼습니다.

​"아빠 오늘 엄마가 고기 사왔어!

아빠 오면 먹는다고 아까부터 기다렸단 말이야"

​일을 나갔던 아내는 늦은 시간이지만 저녁 준비로 분주했습니다.

​"사장님이 애들 갖다 주라고 이렇게 고기를 싸주셨어요.

그렇지 않아도 우리 준이가 고기 반찬 해 달라고 하는데 어찌나 고맙던지.."

​"집세도 못 내는데 고기 냄새 풍기면 주인집 볼 낯이 없잖아

그게 마음에 걸려서 지금에야 저녁을 준비한 거에요.

11시 넘었으니까 다들 주무시겠죠 뭐"

​불고기 앞에서 아이들의 표정은 티없이 밝았습니다.

그런 아이들을 보면서 아내는 행복해 했습니다.

​"천천히 먹어 잠자리에 체할까 겁난다."

​"엄마 내일 또 불고기 해줘 알았지?"

​"내일은 안 되고 엄마가 다음에 또 해줄게

우리 준이 고기가 많이 먹고 싶었구나?"

​아내는 어린 아들을 달래며 제 쪽으로 고기 몇 점을 옮겨 놓았습니다.

"당신도 어서 드세요"

​"응. 난 아까 친구 만나서 저녁 먹었어.

당신 배고프겠다 어서 먹어"

​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고기 몇 점을 입에 넣었습니다.

그리고 마당으로 나와 달빛이

내려앉은 수돗가에 쪼그려 앉아 아무도 모르게 눈물을 훔쳤습니다.

가엾은 아내..

아내가 가져온 고기는 음식점 주인이 준 것이 아니었습니다.

숫기 없는 아내는 손님들이 남기고 간

쟁반의 고기를 비닐 봉지에 서둘러 담았을 것입니다.

​아내가 구워준 고기 속에는 누군가 씹던 껌이

노란 종이에 싸인 채 섞여 있었습니다.

아내가 볼까 봐 전 얼른 그것을 집어 삼켜 버렸습니다.

아픈 마음을 꼭꼭 감추고 행복하게 웃고 있는

착한 아내의 마음이 찢어질까 봐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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